매년 휴가철이 되면 빠지지 않고 고려하는 여행지가 바로 세부와 보라카이다. 발가락 사이를 간지럽히는 파도와 그 뒤를 가득 메운 붉은 석양으로 유명한 관광지인 이 두 곳 못지않게 한국인에게 익숙한 도시가 바로 마닐라다. 지난 2월 필리핀 관광부(DOT)가 발표한 ‘2017년 필리핀 방문 관광객 통계’에 따르면 필리핀을 가장 많이 방문한 여행객 1위로 한국인이 뽑혔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이 달콤한 휴식을 위해 찾은 필리핀, 하지만 7천여 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필리핀에는 여전히 여행객을 유혹하는 장소가 많이 남아있다.
7천여 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필리핀은 크게 루손(LUZON), 민다나오(MINDANAO), 비사야(VISAYAS) 세 지역으로 나뉜다.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답게 각 지역은 독특한 고유 문화를 가진다. 기후 또한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를 보이지만, 대체로 12월부터 5월은 건기, 6월부터 11월은 우기로 나뉜다. 필리핀의 겨울에 해당하는 12월부터 2월까지는 여행하기에 가장 안성맞춤인 시기로 평균 온도가 약 22℃에서 28℃ 정도이며, 강수량이 적어 대체로 날씨가 맑은 편이다.
필리핀은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다인종 국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중 약 90% 이상이 말레이계이며, 나머지 10%가 중국계 화교와 메스티소(미국, 스페인계 혼혈)이다. 필리핀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스페인 식민 시기와 미국 식민 시기이다. 16세기 초, 신대륙 발견에 열을 올리던 스페인이 필리핀을 식민 통치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슬픈 역사는 19세기 말 미국-스페인 전쟁에서 스페인이 패배하며 끝이 나지만, 안타깝게도 필리핀은 미국이라는 새로운 나라에 정복되고 만다. 이후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잠시 일본이 필리핀을 정복했다가 종전이 되면서 필리핀은 독립을 맞이한다. 하지만 독립을 이룬 후에도 여전히 경제적인 이유로 미국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고, 1950년대와 1960년대에 들어서야 비로소 문화와 교육에서 필리핀화를 시작한다.
필리핀 사람을 표현하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히야(HIYA:체면, 부끄러움)다. 이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기보다는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더 신경을 많이 쓰는 경향을 뜻한다. 그래서인지 필리핀 사람은 싫은 일에도 쉽게 화를 내지 않는다. 그런 만큼 필리핀에서는 공개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것과 상대방에게 모욕적인 언행을 하는 행동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국가의 경제성장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건 중 하나가 바로 사회간접자본이다. 운수, 전력 등 산업 발전의 기반이 되는 여러 가지 공공시설 발달이 수입과 수출에 영향을 미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오랫동안 식민 지배와 정치적 혼란을 겪었던 필리핀은 사회간접자본 개발이 미비한 나라 중 하나였다. 이에 필리핀 정부는 지난 2010년 초부터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SOC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2015년 8월, 계룡건설이 착공하기 시작한 ‘PBM-1 Manila North Road Section-1(약 482억 원), Section-2(약 364억 원) 공사’ 역시 필리핀 경제성장에 있어 주요한 요소 중 하나다. 오는 2020년 8월 준공 예정인 이번 사업은 수도 마닐라가 위치한 필리핀 루손섬 중북부 지역의 애링개이-산타/비간 시티 146Km 구간(Section-1)과 산타/비간 시티-라오그 시티 96Km 구간(Section-2) 도로를 개·보수 및 유지 보수하는 공사로 매년 6% 중후반대의 성장세를 보이는 필리핀의 견조한 내수 지속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2014년 계룡건설이 인도네시아에서 수주한 도로공사에 이어 두 번째 해외공공도급공사인 이번 사업은 필리핀 공공사업도로부가 발주했으며 공사비만 총 846억 원 규모에 이른다. 특히나 필리핀 도로공사가 발주한 사업 2건을 동시에 수주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로 평가받는다.
이푸가오
계룡건설의 사업지에서 조금만 눈길을 돌리면 아직은 한국인에게 낯선 이푸가오주가 보인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계단식 논인 이푸가오주는 한국인보다 유럽인에게 더 유명한 여행지 중 하나다. 이푸가오는 바다를 떠다니다 루손섬에 도착한 이푸가오족이 먼저 터를 잡은 다른 부족에게 쫓겨나며 정착한 곳이다. 이들은 깊은 산으로 이동해야 했고, 무려 2천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가파른 산을 깎아 논을 일구며 살아오고 있다. 산에 빼곡히 들어선 계단식 논은 세계 8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불리며 유명해졌고, 사진을 사랑하는 여행자들이 놓치지 않고 들리는 명소가 됐다.
바나웨
바나웨는 이푸가오주의 도시 중에서도 여행객이 가장 많은 곳이다. 그렇다보니 다른 이푸가오주의 도시에 비해 외국인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숙박 시설과 식당, 상점 등이 비교적 잘 갖추어져 있다.
바나웨 계단식 논 전망대에서는 이푸가오 전통의상을 입은 현지인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이들은 사진을 찍는 관광객을 위해 윗부분에 뿔이 달린 투구를 쓰곤 한다. 바나웨를 방문한다면 계단식 논과 함께 가문마다 다른 직물 패턴을 가진 전통의상도 감상해보자.
키앙안
키앙안은 바나웨에 비해 조금 더 작은 도시다. 여행객보다는 현지인이 많은 곳인 만큼 필리핀의 전원생활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마을을 지키기 위해 활동하는 청년조직인 시트모(SITMo)가 키앙안 여행에 관한 모든 사항을 주관한다. 키앙안에서는 호텔 대신 현지인의 별채에서 숙박하게 되는데, 그 덕에 정성껏 준비한 현지 집밥을 맛볼 수 있다. 외국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만큼 키앙안을 여행할 때는 여행사를 통해 떠나는 것을 추천한다. 그림 같은 전원에서 조용히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면, 키앙안의 문을 두드려보자.
오픈에어뮤지엄
뮤지엄이라고 부르기엔 어색할 정도로 독특한 박물관이 바로 오픈에어뮤지엄이다, 키앙안에 자리한 계단식 논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필리핀 현지인의 삶과 전통 가옥 발루이(Baluy) 등을 둘러볼 수 있는 길이 오픈에어뮤지엄이다. 제주도의 올레길과 비슷한 모양새다. 현지인이 안내하는 오픈에어뮤지엄을 따라 한 시간 정도 걷다 보면 계단식 논을 마주하는데, 키앙안 활동가들의 동의가 있으면 직접 계단식 논에 들어가 다양한 체험 활동을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