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공간

자연스럽게 녹아든 시간과 문화,

보헤미아의 땅 프라하

유럽여행을 하면서 유난히 한국 관광객을 가장 많이 마주치는 도시가 체코의 프라하가 아닐까 싶다. 많은 사람이 체코에 방문하는 이유는 낭만의 도시 ‘프라하’가 있기 때문이다. 프라하는 ‘프라하의 봄’이라 부르는 민주자유화 운동이 발생한 곳이며, 체코 문화의 중심도시로 중세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로맨틱한 도시이다.

천재 예술가들의 발자취가 녹아 있는 프라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프라하가 알려진 계기로는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의 영향이 클 것이다. 드라마에서처럼 프라하는 낭만적이고 로맨틱한 도시이면서 많은 예술가들이 탄생하고 머물다 간 곳이다. 소설 <변신>으로 유명한 프란츠 카프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며, 카프카의 소설 <성>은 프라하성을 배경으로 쓰였다.
카프카는 프라하에서 태어난 유대계 독일인으로 늘 고독과 외로움을 지니고 살았다.
그는 보험회사에서 일하며 글을 썼는데, 후에 결핵에 걸려 일을 그만두고 문학 창작에 몰두했다. 1924년 오스트리아 빈 근처 요양소에서 세상을 떠난 카프카는 친구 막스 브로트에게 자신의 작품을 모두 태워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막스 브로트는 그의 유언을 지키지 않았고 카프카의 작품은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는 작품을 통해 세계의 불확실성과 인간의 불안한 내면을 독창적으로 표현해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라 불린다.
프라하에서 태어나진 않았지만, 프라하를 좋아한 음악가 모차르트는 “프라하 사람들만이 나를 알아준다”라고 말했다. 모차르트의 <마술피리>는 오스트리아 빈보다 체코 프라하에서 더 큰 박수를 받았다. 또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는 프라하에 있는 스타보브스케 극장에서 초연되기도 했다. 지금도 프라하에선 <돈 조반니> 인형극을 감상할 수 있다.
프라하를 이야기할 때 ‘프라하의 봄’을 빼놓을 수 없다. ‘프라하의 봄’은 노보트니 정권과 공산주의 체제에 반대하는 지식인층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민주자유화 운동이다.
이 운동이 동유럽 공산국가들에게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한 소련은 무력침공을 감행했고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 <프라하의 봄>은 체코 출신의 소설가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원작으로 했다. 이 영화는 소련의 무력침공 후 주인공들이 겪는 어려움과 억압, 그리고 그 고난을 대하는 각자의 태도와 각 개인이 가진 사랑의 무게에 대해서 말한다.
이와 같은 이름으로 체코 국민음악의 아버지 스메타나를 추모하는 음악축제 <프라하의 봄 페스티벌>이 매년 5월 12일부터 6월 초까지 열린다. 사실 <프라하의 봄 페스티벌>은 자유민주화 운동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 아니라 훨씬 전부터 개최되었던 축제이다. 후에 소련이 붕괴되고 체코가 민주화가 되면서 축제에 민족, 조국, 자유 등의 의미를 더했다. 체코의 민주화 이후 첫 축제에 지휘자로 라파엘 쿠벨리크가 무대에 섰는데, 그는 공산주의 체제를 떠나 오랫동안 망명 생활을 했다. 그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국민들 앞에서 연주한 곡이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이었다.
이들 뿐만 아니라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와 <아마데우스>의 감독 밀로스 포만, <신세계 교향곡>의 드보르작, 벨벳혁명을 이끌었고 전직 대통령이었던 극작가 하벨 등 많은 예술가들이 프라하에 자취를 남겼다.
카프카
돈 조바니
프라하의 봄 페스티벌

세계의 건축 박물관

프라하에서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곳은 보헤미아의 역사가 응축되어 보존된 구 시가지이다. 이곳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역사 지구이며 문화적 가치가 높다. 프라하의 건축물들은 중세시대에 건축과 문화의 중심지였던 프라하의 영향력을 잘 보여준다. 프라하에는 11~18세기에 건축된 다양한 양식의 건축물들이 남아 있다.
구시가지 광장은 11세기에 형성된 프라하의 구 시가지로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건물이 시대별로 늘어서 있다.
천문시계와 구 시청사, 틴 성당이 이곳에 있다.
구 시청사는 1338년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인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화재로 상당 부분이 훼손되었다. 다행히도 천문시계가 있는 서쪽동은 훼손을 피할 수 있었고 복원과 증축 공사를 통해 현재의 모습으로 보존되고 있다. 구 시청사의 외벽에 붙어 있는 천문시계는 1410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체코 고딕 시대의 과학 기술이 집약된 것이라 말할 수 있을 만큼 정교하며 화려하다. 매 시각 정시에 시계가 작동해 많은 사람이 정각이 되기를 기다린다. 워낙 짧은 시간 동안 작동하니 미리 기다리고 있어야 놓치지 않는다.
천문시계 근처에는 구 시가지의 대표 성당인 틴 성당이 높게 솟아 있다. 1365년에 만들어진 틴 성당은 계속해서 변형되어 외관은 정교하면서도 화려한 고딕 양식이며, 내부는 비교적 어두운 느낌의 바로크 양식으로 대비를 이룬다. 특히 80m 높이의 두 첨탑은 이 성당의 상징으로 멀리서도 볼 수 있다. 또한 특이한 외관의 ‘그랜드 카페 오리엔트’도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이 카페는 큐비즘 양식의 건물로 체코의 건축가 요세프 고차르가 지었다. ‘검은 성모 마리아의 집’이라고도 부른다. 1912년 큐비즘이 성행하던 시기에 지어진 건축물에 들어선 카페로, 날카로운 선과 기하학적인 무늬, 크리스탈 구조 등의 큐비즘 특징이 카페에 녹아 있다. 큐비즘이 끝나고 유행이 식어 오랜 시간 문을 닫았다가 2005년에 다시 열었다. 이 카페는 건물의 1층에 위치해 있고, 2층부터 4층까지가 큐비즘 박물관이다. 박물관 관람 후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느긋한 시간을 보내도 좋을 것 같다.
이 밖에도 프라하에는 전성기 때 지어진 큐비즘 양식의 건축물이 남아 있어, 큐비즘의 발자취를 따라 다른 건물들도 둘러본다면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천문시계
틴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