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돼지는 우리 민족에게 다복(多福)을 의미했습니다. 다산과 풍요의 상징으로 나라의 큰 제사 때마다 신성한 제물로 하늘에 바쳐졌고, 오늘날에도 역시 돼지꿈을 꾸면 복권을 사고 중요한 사업을 앞두고는 고사 상에 돼지머리를 올리며 번창을 기원합니다. 그중에서도 큰 복과 재물이 넘친다는 황금돼지의 해 기해년은 계룡그룹에게 더욱 특별한 한해입니다. 설립 50주년을 넘어 또 다른 미래로 향하는 대역사의 한가운데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돼지는 집을 뜻하는 한자 가(家)에도 등장할 만큼 인류와 친숙한 동물입니다. 선사시대에 야생 멧돼지를 잡아 기르며 시작된 돼지와 한민족의 인연은 이미 약 2,000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역사에 기록됐습니다. 타고난 적응력과 번식력으로 백성들의 헛헛한 배와 마음을 채워주는 가축이 되었던 돼지는 삼국시대부터 신성한 동물로 귀히 여겨졌습니다.
우리나라의 역사서에는 돼지와 관련한 재미있는 설화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고구려의 시조 주몽의 아들인 2대 국왕 유리왕은 서기 2년, 나라에 큰 제사를 지내기 위해 신성한 돼지를 제물로 바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만 제관이 실수해 제물로 사용할 돼지가 달아나 버리고 말았습니다. 매우 화가 난 유리왕은 당장 돼지를 찾아오라고 명령했습니다. 제사를 담당하는 제관들은 열심히 돼지를 쫓았지만 생각보다 발이 빨랐던 돼지는 이미 수도였던 졸본성을 탈출한 뒤였습니다.
그런데 돼지를 잡으러 압록강변까지 거슬러온 제관이 주변까지 살펴보니 넓고 평탄한 모습이 도읍을 옮길 만한 천하의 길지인 것을 알게 됩니다. 졸본성은 험준한 산성으로 천혜의 요새였지만 지형이 좁아 큰 나라의 도읍으로 삼기에는 부족했습니다. 유리왕은 제관들의 이야기를 듣고 압록강 인근의 국내성으로 천도를 결심하게 되었고 이는 결국 고대세계의 절대강자인 당과도 대등하게 맞서는 동북아의 또 다른 초강대국 고구려의 탄생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사실 돼지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신성하게 여겨졌습니다. 고구려보다 앞선 고대국가 부여에서는 ‘저가(猪加)’가 주요 관직 중 하나였습니다. 저가는 돼지를 키우는 관리로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직책이었다는 점에서 우리 옛 선인들이 돼지를 얼마나 소중히 여겼는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황금돼지의 해에 태어난 아이들이 특별히 더 영특하고 건강하다는 믿음은 신라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조선시대에 지어진 작자 미상의 고대소설에 따르면 신라 최고의 대학자 최치원의 탄생 설화에 황금돼지가 등장합니다. 최치원의 어머니는 경주에서도 소문난 미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황금 털로 뒤덮인 돼지에게 납치되었다가 겨우 풀려나게 되었고 훗날 황금돼지의 아들을 출산하게 됩니다. 이가 바로 천하의 인재 최치원이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때로부터 비롯된 황금돼지해 출산 열풍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돼지가 가진 풍요와 행복의 이미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돼지 이름의 변천과정도 재미있습니다. 삼국시대에는 돼지의 울음소리가 지금처럼 ‘꿀꿀’이 아니라 ‘도도, 돌돌, 또또, 똘똘’ 등으로 기록됐다고 전해집니다. 시간이 흘러 고려시대에 돼지는 ‘돗’이라 불렸고 조선시대에는 ‘돌’이라 불렀습니다. 그러다가 돼지는 강아지, 송아지처럼 ‘돌아지’라고 불리던 것이 ‘도야지’로 변했고, 점점 더 짧고 편하게 부르면서 지금처럼 돼지라는 이름으로 굳어진 것입니다.
돼지는 십이지신 가운데 가장 마지막 동물로 각종 제의에서 수호자의 의미로 여겨졌습니다. 반면 민속놀이인 윷놀이에서는 가장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합니다. 윷놀이의 도가 바로 돼지입니다. 개는 개, 걸은 양, 윷은 소, 모는 말을 뜻합니다. 이처럼 돼지가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사상과 생활 모두에서 뭇 백성의 희망을 상징하는 중요한 동물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런 풍요와 희망의 기운이 더없이 높아지는 황금돼지의 해, 시대를 앞서 이끌며 새로운 기업문화를 창조해온 계룡그룹은 설립 49주년을 맞고 있습니다. 1970년 설립된 계룡건설은 고객감동을 최우선으로 하여 모든 프로젝트 하나하나를 최고의 역작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큰 산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멈추지 않는 도전의식,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인간 중심의 경영 철학 아래 당장의 성취에 만족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기 위해 힘쓰며 계룡건설과 KR산업, 계룡산업, KR유통, KR서비스, KR스포츠의 사업 다각화로 이어지는 자랑스러운 도전과 성취의 역사를 써왔습니다. 이제는 나아가 좁은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오늘의 성취보다 내일의 가능성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온 계룡그룹 모든 구성원들에게 2019년 황금돼지의 해는 어느 때보다 뜻 깊은 한 해입니다. 급변하는 변화의 시대 속에서도 언제나 한 발 앞서 미래를 준비하고, 그 미래를 실현하기 위해 뚜벅뚜벅 걸음을 내디뎠던 우리의 시선은 이미 계룡그룹의 설립 50주년 그리고 그 너머를 향하고 있습니다.
비로소 하늘의 명을 알게 된다는 지천명(知天命)의 때, 계룡그룹이 준비하는 또 다른 미래는 바로 ‘100년 기업’으로 가는 길입니다. 건축물을 짓는다는 것은 새로운 창조이자 또 다른 역사의 시작입니다. 흔들리지 않는 저력 속에 자부심과 긍지로 끊임없이 미래를 개척해온 계룡그룹은 이제 우리 자신의 더욱 큰 내일을 설계합니다. 큰 나라와 큰 인재가 잉태됐던 황금돼지해이기에 그 새로운 희망의 첫 걸음은 더욱 힘차고 뜨겁습니다.